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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작은 고깔이에게. (소라게의 첫 쉘 이탈과 슬픈 이별에 대하여)

생물/소라게키우기

by 방구석학자 2026. 6. 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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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사육장 한구석에서 언제나 사부작거리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던 작은 생명이 있었습니다. 단단하고 멋진 고동 껍데기를 쓰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녀석, 제 손바닥 위에서 조심스럽게 더듬이를 까딱이던 나의 소중한 인도 소라게 ‘고깔이’입니다.

며칠 전, 고깔이가 치열했던 사투 끝에 결국 제 곁을 떠나 길고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그 단단하고 든든했던 껍데기를 벗어던진 채 맨몸으로 무력하게 누워있던 고깔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그 당혹감과 가슴 무너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소라게에게 쉘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목숨을 지켜주는 유일한 방패라는 걸 잘 알기에, 녀석을 살려보려고 밤새 온 마음을 다해 매달렸지만 고깔이는 끝내 기운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 좁은 틈새에서의 사투, 그리고 눈물겨웠던 마지막 밤

고깔이가 떠나고 멍하니 사육장을 바라보며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수없이 되짚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고깔이의 첫 쉘 이탈 순간을 추적해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고깔이의 첫 이탈은 사육장 안 조그만 소품(소저) 틈바구니에 쉘이 꽉 끼어버렸던 그날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 좁은 틈에 걸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했던 그 순간, 고깔이는 얼마나 무섭고 답답했을까요. 어떻게든 그 감옥에서 빠져나오려고 작은 다리로 버둥거리고 온 힘을 쥐어짜 내다가,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제 몸과 같던 쉘을 벗어던지고 탈출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고깔이는 참 강한 녀석이었습니다. 그 좁은 공간에서의 사투로 온몸에 끔찍한 충격을 받았으면서도, 녀석은 살기 위해 다시 쉘을 주워 입었습니다. 그러고는 스스로 바닷물에 들어가 직접 샤워까지 해가며 악착같이 버텨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제 괜찮아지겠지'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껍데기 속에 숨겨져 있던 데미지가 생각보다 너무 깊었던 모양입니다.

지칠 대로 지친 고깔이는 결국 다시 쉘을 벗어던지고 말았습니다. 녀석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즉시 정석대로 긴급 응급조치에 들어갔습니다. 녀석이 언제든 골라 입을 수 있도록 깨끗한 여러 개의 쉘을 주변에 놔두고, 몸이 마르지 않게 젖은 키친타올을 깐 뒤, 빛을 무서워하는 녀석을 위해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 놔두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더 힘을 내서 저 집 속으로 들어가 줘...' 밤새 마른 침을 삼키며 간절히 기도하고 도왔지만, 이미 기력이 완전히 소진된 고깔이는 끝내 새 쉘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렇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고마웠어, 나의 작은 방구석 친구야

비록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내 품에 안겨 체온을 나누거나 내 목소리에 꼬리를 흔들어주지는 못하는 작은 소라게였지만, 고깔이는 저에게 커다란 존재였습니다.

방 안의 불이 꺼진 캄캄한 밤, 침대에 누우면 사육장 안에서 사부작사부작 모래를 파고 구조물을 기어오르던 고깔이의 소리 없는 발걸음은 저에게 묘한 평온함과 위로를 주곤 했습니다. 살기 위해 바닷물에 몸을 적시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녀석의 실루엣이 자꾸만 밟혀, 내 방 한구석을 채워주었던 녀석의 빈자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커 보입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만든 인공 사육장이라는 좁은 세상에서 나를 만나 고생만 하다 간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밤 녀석의 곁을 지키며 살리려고 애썼던 나의 정성과 사랑만큼은 그 작은 생명에게도 온전히 닿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안녕, 나의 고깔이

이제 고깔이는 그 무겁고 답답했던 껍데기도, 자신을 조여오던 좁은 틈새도, 온몸을 짓누르던 깊은 데미지도 없는 아주 자유롭고 따뜻한 곳으로 떠났습니다. 그곳에서는 사투를 벌일 필요도 없이, 가장 넓고 푸른 해변을 거침없이 사부작거리며 행복하게 모래를 파고 있겠지요.

"고깔아, 내 방 한편에서 머물며 기분 좋은 사부작거림을 선물해 주어서 정말 고마웠어. 좁은 소저에 갇혀 끙끙대느라, 그리고 마지막 밤을 버텨내느라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 네가 살려고 바닷물 샤워를 하던 모습, 집사로서 너를 살리려고 애썼던 그 밤을 잊지 못할 거야. 이제는 무거운 집 벗어던지고 저 멀리 넓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맘껏 자유롭게 살아가렴.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고, 너와 함께한 시간 동안 참 행복했단다. 안녕, 나의 작은 고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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