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방구석 역사학] "웅담 성분이 나온다고?!" 1미터 괴물 쥐 뉴트리아를 대하는 한·일 양국의 소름 돋는 온도 차 (결말 포함)

생물/신비한 생물 사전

by 방구석학자 2026. 5. 25. 19:27

본문

강가나 하천을 걷다가 웬만한 진돗개 어린 시절만 한 크기의 거대한 쥐가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그 쥐가 사람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고, 으스스한 '오렌지색 왕이빨'을 드러내며 쳐다본다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것입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본의 유서 깊은 도시 교토의 가모가와 강을 비롯해 일본 전역의 하천을 점령한 괴물 쥐, 바로 남미산 '뉴트리아' 이야기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 거대한 쥐들을 박멸하기 위해 야간 기동 저격대까지 투입하며 피 말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여기서 한 가지 아주 흥미로운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나라 낙동강에도 뉴트리아가 바글거렸다는데, 한국은 이 괴물 쥐를 어떻게 잡았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양국의 전적은 한국의 '대승리'와 일본의 '장기전 패배'로 극단적으로 갈렸습니다. 두 나라가 거대 괴물 쥐를 소탕하는 서로 다른 클라스와 그 속에 숨겨진 황당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격 비교해 드립니다.

 

1. 도입 배경의 평행이론: 고기냐 모피냐

한국과 일본은 뉴트리아가 처음 들어온 배경부터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 일본: 1930년대 군대 방한복과 황실 모피용으로 수입했다가 패망 후 방치했습니다.
  • 한국: 1980년대 후반,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을 만든다며 프랑스에서 축산용(식용 고기 및 모피)으로 수입했습니다.

양국 모두 "쥐새끼라 번식도 잘하고 고기랑 털도 주니 개이득 아니냐"는 안일한 생각으로 들여왔지만, 한국 역시 외환위기(IMF) 등을 겪으며 양식장이 줄도산하자 업자들이 뉴트리아들을 낙동강 인근 늪지에 무단으로 방생하며 대재앙이 시작되었습니다.

천적이 없는 하천에서 뉴트리아는 몸길이 1미터, 무게 10kg이 넘는 괴물로 자라났고, 특유의 오렌지색 이빨로 수생식물 뿌리까지 씹어 먹으며 제방을 무너뜨리는 하천의 폭군이 되었습니다.

2. 일본의 전술: "관료제 기반의 야간 공기총 저격" ➡️ 결과: 패배 및 교전 중

일본의 뉴트리아 소탕 작전은 철저하게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규격화된 시스템’으로 움직입니다.

뉴트리아가 주로 밤에 움직이는 습성을 파악한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예산을 편성해 야간 투시경과 전용 공기총으로 무장한 ‘야간 기동 타격대’를 조직했습니다.

  • 한 마리를 잡아 오면 약 3,000엔에서 5,000엔(약 3만~5만 원)의 사냥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 철저하게 라이선스를 가진 전문 사냥꾼들이 밤마다 하천을 수색하며 저격하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공무원 마인드로 정해진 시간에만 잡는 일본의 시스템은 뉴트리아의 세포분열급 번식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8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뉴트리아에게 하천과 사찰 연못을 내주며 매년 수억 엔의 예산만 낭비하는 '장기 패배'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3. 한국의 전술: "포상금 고수 육성 + 보약 밈 투하" ➡️ 결과: 사실상 완벽한 승리

반면,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와 인간의 집념, 그리고 식욕(?)’이 결합한 무시무시한 방식으로 뉴트리아 군단을 멸망 직전까지 밀어붙였습니다.

① 낙동강의 저승사자, 민간인 만렙 고수의 하드캐리

환경부가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고 ‘한 마리당 포상금 2만 원’을 걸자, 한국의 하천에는 총을 든 사냥꾼 대신 기상천외한 방랑 고수들이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혼자서 수천 마리를 쓸어 담은 전설적인 사냥 고수들이 낙동강에 등판하면서, 지자체의 포상금 예산이 전액 바닥나 공무원들이 "제발 그만 잡아 오라"고 사정하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② 뉴트리아의 영정사진이 된 '웅담 성분 검출' 뉴스

하지만 한국 뉴트리아 전쟁의 진짜 치트키는 2017년에 터진 뉴스 한 줄이었습니다. 경상대학교 연구팀이 낙동강 야생 뉴트리아를 분석했더니, 곰의 쓸개에만 들어있다는 명약 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산(UDCA)’, 즉 웅담 성분이 다량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그것도 일반 불곰보다 함량이 훨씬 높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습니다.

이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대한민국 뉴트리아들의 운명은 끝이 났습니다. 그 전까지는 징그러운 괴물 쥐라며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그날 이후 뉴트리아를 ‘걸어 다니는 보약’, ‘낙동강 비아그라’로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몸보신에 진심인 한국의 아저씨들, 건강원 업자들, 포수들이 족대와 덫을 들고 낙동강으로 대거 진격하면서 뉴트리아는 번식할 시간조차 없이 사냥당하는 대참사를 맞이했습니다. (※현재 환경부가 기생충 위험으로 절대 섭취 금지령을 내려 진정되었지만, 이미 개체 수는 전멸 수준으로 떨어진 후였습니다.)

 

💡 방구석 학자의 한마디: 시스템의 일본 vs 광기의 한국

철저하게 예산을 짜서 야간 타격대와 공기총으로 정공법을 펼쳤지만 대자연의 번식력에 밀려버린 일본의 시스템 방어전.

반면 포상금 사냥꾼의 집념과 '몸에 좋다'는 소문 하나로 괴물 쥐를 보고 싶어도 보기 힘든 희귀종 수준으로 전멸시켜 버린 한국의 광기 어린 전면전.

똑같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들여온 외래종이지만, 이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두 나라의 서로 다른 대처법과 반전 결말은 생태계 잔혹사 중에서도 독자들에게 가장 찌릿하고 유쾌한 손맛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역시 대한민국을 자극할 때는 '보약'만 한 치트키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